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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태국 비상사태선언 발령, 시위대는 집회 강행... 방콕 긴장감 고조

쿄오쇼오 히로유키 기자/ [번역] 이경 기자입력 : 2020-10-16 17:03

[비상사태선언으로 5명 이상 집회가 금지된 가운데, 방콕 중심부 상업시설 '센트럴 월드' 앞에서 반정부 시위가 강행됐다. =15일, 태국 방콕 (사진=NNA)]


태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15일, 전날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 방콕에 비상사태선언을 발령, 5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 등을 금지했다. 쁘라윳 총리 사임과 왕실개혁 등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14일 오후부터 총리실 주변을 점거했으며, 경찰은 시위 주도자들을 연이어 체포했다. 이에 반발한 시위대는 집회금지에도 불구하고 15일 오후부터 방콕 중심부에서 대규모 시위를 강행,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해 3월 말부터 비상사태선언을 발령했으며, 지금까지 동 조치는 여섯 번에 걸쳐 연장되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그와는 별개다.

관보에 고지된 선언에 의하면, 5명 이상의 집회 또는 치안을 악화시키는 집회를 금지하며, 허위 또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선언의 책임자인 파윗 웡쑤완 부총리가 지정하면, 시설 및 도로 사용 등도 금지된다. 법적 근거는 '불력 2548년 비상사태 통치에 관한 칙령'이며, 신종 코로나 대책을 위한 비상사태선언과 같다.

주로 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14일 오후 방콕 민주기념탑에서 총리실까지 행진해, 주변을 점거했다. 방콕포스트에 의하면, 약 2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또한 현지 각 매체에 의하면, 시위 참가자들은 수티다 왕비가 탄 왕실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며, 독재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는 '세 손가락 경례'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평소 독일에 체류하는 날이 많은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왕비 등과 함께 최근 귀국했다.

이어 평소 왕실개혁을 주창해 온 집회 주도자 아논 변호사 등은 15일 새벽까지 연설 등 시위를 계속했다. 반정부 시위 주최측은 2014년 쿠데타로 발족한 군사정권과 가까운 쁘라윳 총리의 사임을 비롯해 헌법개정, 왕실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현지 매체에 의하면, 경찰은 15일 아논 변호사를 비롯해 시위 주도자 학생 22명을 체포했다.

그러자 체포되지 않은 나머지 시위대는 오후 4시부터 방콕 중심부 라차프라송 교차로 주변에서 반정부 시위를 재차 강행. 일반 시민과 중고교 학생들도 이에 가담해 "쁘라윳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체포된 학생 등의 석방을 촉구했다. 배치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현장은 긴장감이 고조됐다. 현지 언론은 시위에는 약 1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전하고 있다.

■ 시위 양상이 변해
2월 제명 처분을 받은 야당 '신미래당'의 삐야풋 전 간사장은 15일 트위터에 "이런 상황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되돌아갈 수 없는 길로 태국을 몰아넣을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15일 오전 연이어 체포된 시위 주도자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들 =15일, 태국 방콕 (사진=NNA)]


국립 킹 프라차티폭 연구소 민주개혁사무국의 시티톤씨는 14일 현지 언론에, "이번 데모에는 (학생들 이외에도) 많은 그룹이 참가했다"고 지적하며, 시위대 요구가 이전에는 의회해산이었으나 지금은 쁘라윳 총리 사임으로 시위양상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정부 시위를 계속 이어나간다고 해도 헌법개정 등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를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콕포스트도 15일자 사설에서, "왕실개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게 아니다"라며 반정부 집회 주최측에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현 친군정 정부를 지지하는 단체 소속의 한 관계자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왕비에게 공포를 안겨준 이번 데모는 단속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데모는 용인할 수 없을 지경이며, 정부는 법에 따라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 재계는 장기화 우려
태국공업연맹(FTI)의 크리안크라이 부회장은 14일, 정치적 혼란 심화로 태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가 감소해, 경제가 한층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더 이상 리스크를 떠안을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에는 물리적 충돌도 발생,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태국 방콕 (사진=NNA)]


15일자 방콕포스트에 의하면, 크리안크라이 부회장은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지 않을 경우, 태국은 단기적인 영향을 받는데 그치겠으나, 반정부 시위가 폭력 시위로 변질되면 경제회복에 있어서 악몽이 될 것이다. 태국은 지금껏 수없이 정치불안에 직면해 왔으나, 외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아 매번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 유행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태국에 대한 신용도가 하락해 태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을 꼽으며, 정치적 갈등이 폭력시위로 번지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은 신종 코로나 사태 극복에 전념할 시기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