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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태국 국왕,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다"... 이례적 시위대에 육성입장

쿄오쇼오 히로유키 기자/ [번역] 이경 기자입력 : 2020-11-03 16:03

[왕실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하는 와치랄롱꼰 국왕= 1일, 태국 방콕 (사진=태국왕실사무국 제공)]


태국의 와치랄롱꼰 국왕은 1일 밤, 학생을 비롯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왕실개혁을 주장하며 벌이고 있는 반체제 시위와 관련해,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사랑하고 있다", "태국은 타협의 나라"라고 말했다. 영국 방송국 채널4와 미국 CNN의 공동취재에 이같이 답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 대해 국왕이 공개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외국 언론의 취재에 응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국왕의 이번 발언으로 개혁을 추구하는 젊은이들과 왕실을 지지하는 보수파간의 긴장이 해소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수도 방콕의 왕궁에 인접한 왓 프라깨오(에메랄드 사원)에서 불교행사가 열린 후, 국왕은 수티다 왕비와 함께 왕궁 앞에 모인 왕실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하며 주변을 걷고 있었다. 그 때, 왕실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채널4의 기자에게 국왕은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그러나 기자가 "노코멘트입니까?"라며 재차 질의하자,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사랑하고 있다"고 영어로 세 번 반복했다.

아울러 "양보할 여지"에 대한 질문에는 "태국은 타협의 나라다"라고 답했다. 국왕이 외국언론의 취재에 육성으로 답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 국왕과 기자가 주고 받은 언어는 영어였다.

국왕 주변에는 수천 명 규모의 왕실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2일자 방콕포스트에 의하면, 국왕과 직접 교류한 유명 배우 빈 반르릿은 "집회에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왕실 지지 단체의 한 관계자는 시위대가 요구하고 있는 헌법 개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국왕은 당초 1일 평소 체류하는 독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지난달 26일 국왕이 평소 독일에서 국무를 집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 태국 독일대사관에 조사를 촉구한데 따라, 출국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국왕이 "태국은 타협의 나라"라고 말한데 대해, 반체제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파누사야는 본인의 트위터에 "시위 참가자들은 체포되는 등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또다른 주도자는 지난달 16일 경찰이 고압방수차로 시위대를 강제진압한 사진을 게재하며, 국왕의 진의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반체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 단체는 1일, 지금까지 주장한대로 쁘라윳 총리의 사임, 헌법 개정, 왕실 개혁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 기업 경영자 80%, 헌법 개정 필요
또한 기업 경영자의 80%가 정치적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의 한 언론은 기업의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대상으로, '반정부 집회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정부가 반정부 집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응답이 59%로, '해결할 수 있다'(36%)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반정부 단체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가 77%였으며, '필요없다'는 18%에 그쳤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은 앞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현행 헌법은 민주화를 저해하고 있다', '대립과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한편 정치문제의 해결책(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쌍방이 양보하고 대화해야 한다'가 66%로 가장 많았으며, '헌법 개정'(50%), '쁘라윳 총리 사임'(28%), '하원 해산'(20%), '쿠데타'(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정부 집회가 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영향이 크다'가 57%, '별 영향이 없다'가 38%였다. 다만 태국 경제에 최대 우려사항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태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재유행'이 77%로 가장 많았으며, '정치 불안'은 64%였다. '세계경제 침체'(56%), '미국 대선'(11%)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