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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말레이시아 전국에 긴급사태선언... 총리의 정치적 목적?

후리하타 아이코 기자/ [번역] 이경 기자입력 : 2021-01-13 14:35
전날 활동제한령 이미 강화... 하원 과반수 지지 붕괴 때문?

[무히딘 야산 총리(중앙)가 코로나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무히딘 야신 총리 페이스북)]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12일, TV연설을 통해 압둘라 국왕이 말레이시아 전역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여전히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날 총리가 국왕에게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진언했으며, 국왕이 이를 승인했다. 기한은 8월 1일까지이며, 상황이 개선되면 조기 종료된다. 다만 정부는 전날 신종 코로나 확산방지책인 활동제한령의 강화조치를 발표한 바 있어, 이번 긴급사태선언은 총리의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발령된게 아니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히딘 총리는 연설에서 긴급사태선언으로 연방의회 및 주의회의 활동이 중단되고, 정부와 야당의원, 의료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위원회가 국왕에 대해 각종 조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선언은 정치적 쿠데타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야간외출 등은 금지되지 않으며, 행정은 계속 기능하고, 활동제한령 표준행동지침(SOP)에 따라 경제활동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필요에 따라 일정 경제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긴급대응조치가 실시되거나 법률 위반자에 대해 벌칙을 강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헌법에는 국왕이 '치안, 경제활동,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긴급사태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면,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할 수 있다. 동 선언 하에서는 국왕이 의회를 통하지 않고도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는 '긴급사태칙령'을 발령할 수 있다. 형식상은 국왕의 명령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내각의 판단에 따라 의회의 승인없이 법률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말레이시아에서 전역에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된 것은 1969년 폭동사태 이후 처음이다. 무히딘 총리는 지난해 10월에도 신종 코로나 확산과 선거회피 등을 이유로 압둘라 국왕에서 전국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진언했으나, 국왕은 현행 시스템으로도 충분하다며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그 후에도 신종 코로나 사태는 여전히 확산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왕은 지난해 11~12월 사바주 동부의 두 곳과 페락주의 한 곳 등 3개 지역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 해당 지역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이 연기됐다.

■ 결정적 계기는 하원 지지 과반수 붕괴?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신종 코로나 확산방지책인 활동제한령을 발령, 외국인의 입국과 경제, 사회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수도권 등에서는 13일부터 2주일 동안 활동제한령을 더욱 강화, 기업활동과 외출 등을 제한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긴급사태선언은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령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여당 내에서 최대 의석 수를 보유하고 있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과 무히딘 총리가 이끄는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UMNO가 새해 들어 무히딘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카무라 마사시(中村正志) 일본무역진흥기구(제트로) 아시아경제연구소 차장은 12일 NNA에, UMNO 최고평의회 멤버인 아마드 자즈란 아쿱 하원의원이 이달 9일 무히딘 총리에 대해 지지철회를 표명한 것이 총리가 긴급사태선언을 진언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분석했다.

무히딘 총리는 그동안 연방의회 하원에서 간신히 과반수 지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아마드 의원의 지지철회로 과반수 붕괴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제문제연구소(SIIA) 오 에이산 수석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정치적 동기 외에는 긴급사태선언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활동제한령 이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 일시 휴전... 여당 내 갈등불씨는 여전
말라야대학 사회문화학부 아완 아즈만 교수는 "긴급사태선언으로 UMNO는 '역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UMNO는 여당 내 주도권 장악을 위해, 3월까지 의회해산 후 총선실시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긴급사태선언으로 의회활동은 중단되고 선거가 연기되는 등 공개적인 정치활동은 할 수 없게 되었으며, 무히딘 총리는 실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긴급사태선언은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게 아니며,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휴전'에 지나지 않는다.

나카무라 차장은 "아직 무히딘 총리가 승리했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분석. 무히딘 총리가 완전히 승리하기 위해서는 "차기 총선에서 UMNO로부터 충분한 의석 수를 양보받아야 하며, 선거 후에도 무히딘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PPBM에서 후계자를 배출하는" 2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 사태가 수습되면 양당간의 대립은 재차 표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